부동산은 한 번에 배울 수 없다. 겪는 순서가 있다.
주식은 계좌를 열고 한 주를 사보면 대충 감이 온다. 부동산은 그렇게 안 된다. 한 번 움직일 때 오가는 금액이 크고, 결정을 되돌리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며, 무엇보다 한 번에 다 겪지 않는다. 남의 집에 살다가, 내 집을 사고, 그 집을 가지고 있고, 어느 시점에 투자로도 생각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그 순서를 따라가며 각 단계에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집값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다루지 않는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값이고,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어느 방향으로 가든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1단계 — 남의 집에 산다
가장 먼저 겪는 단계이고, 법이 가장 촘촘하게 개입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집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위험할까. 전세보증금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인데 집을 살 때처럼 등기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은 그 자리를 비워두지 않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가 이렇게 시작한다.
임대차는 그 등기(登記)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賃借人)이 주택의 인도(引渡)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요건에 매달려 있다. 이사를 들어가고 전입신고를 마쳐야 생기고, 게다가 그 다음 날부터 생긴다. 대법원은 이것을 다음 날 오전 0시로 본다.
여기서 하루가 왜 문제가 될까? 근저당은 등기한 날에 바로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이사한 날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그 근저당은 그날 효력이 생기고 내 권리는 다음 날 0시에 생긴다. 같은 날 벌어진 일인데 순서가 갈린다. 계약할 때 등기부를 아무리 꼼꼼히 봐도 그날 새로 잡히는 것은 거기 없다.
여기에 확정일자가 하나 더 붙는다. 흔히 둘을 나란히 놓고 말하는데 둘은 나란한 것이 아니라 겹쳐 쌓이는 것이다. 전입신고는 혼자서도 효력을 만들지만, 확정일자는 그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먼저 받아갈 순서」를 더해준다. 전입신고 없이 확정일자만 받으면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할 일은 두 가지다.
무엇으로 살지 정한다. 전세와 월세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문제다. 보증금으로 묶이는 돈이 다른 곳에서 벌 수 있었을 금액과 월세를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이 계산은 전세와 월세 중 뭐가 유리할까? 내가 전세를 안 산 이유에 숫자로 정리해두었다.
그다음 그 돈을 지킨다. 등기부등본에서 빚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보고, 이사와 전입신고를 미루지 않고, 돈을 보내는 계좌의 주인이 실제 집주인과 같은지 확인한다. 절차는 전세보증금 지키는 법, 계약 전후 체크리스트에 순서대로 적어두었다.
2단계 — 내 집을 산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것은 "얼마짜리 집을 살 수 있나"이다. 그런데 그 답은 내가 가진 돈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내가 빌릴 수 있는 금액으로 정해진다.
빌릴 수 있는 금액에는 두 개의 상한이 걸린다. 집값 대비 얼마까지 빌려주는지를 정한 규칙이 하나 있고, 내 소득 가운데 빚 갚는 데 쓰는 돈이 얼마까지 허용되는지를 정한 규칙이 또 하나 있다. 둘 다 넘을 수 없으니 결국 낮은 쪽에 걸린다. 규칙이 「낮은 쪽으로 한다」고 정해둔 것이 아니라 두 상한을 다 지키다 보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 소득이 늘면 한도가 늘어난다. 다만 금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은 실제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서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 걸려 있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도 그 가산금리가 올라가면 한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실제로 그런 조정이 있었다. 그러니 금리가 내렸다는 소식만으로 내 한도를 짐작하면 어긋난다.
그다음 정할 것이 금리 방식과 상환 방식이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무엇을 고르느냐는 흔히 가장 중요한 결정처럼 이야기되는데, 실제로 따져보면 생각만큼 결정적이지 않다. 왜 그런지는 주담대 고정금리 vs 변동금리, 덜 중요한 이유에서 다루었다.
오히려 더 크게 갈리는 것은 얼마나 빨리 갚느냐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고 내 상황에 따라 답이 뒤집힌다. 대출을 빨리 갚는 게 항상 유리할까에 판단 기준을 정리해두었다.
3단계 — 집을 가지고 있는다
샀다고 끝이 아니다. 집은 가지고 있는 동안 계속 돈이 나가는 자산이다.
살 때 한 번 내는 세금이 있고, 매년 내는 세금이 있고, 팔 때 내는 세금이 있다. 각각 시점이 다르고 계산 방식이 다르다.
매년 내는 재산세는 날짜 하나로 갈린다. 지방세법이 이렇게 정해두었다.
재산세의 과세기준일은 매년 6월 1일로 한다.
— 지방세법 제114조
그날 그 집을 사실상 갖고 있던 사람이 그해 재산세를 낸다. 일할로 나누지 않는다. 6월 2일에 팔아도 그해 몫은 판 사람이 내고, 5월 31일에 샀으면 산 사람이 낸다. 하루 차이로 한 해치가 통째로 넘어간다.
그러면 5월에 집을 사는 사람과 6월에 사는 사람 중 누가 유리할까? 세금만 놓고 보면 6월이다. 물론 그것 하나로 매매 시기를 정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계약서에 잔금 날짜를 적을 때 이 날짜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적는 것이 낫다. 이런 실무 포인트는 집을 사면 내는 세금 총정리에 모아두었다.
이 단계에서 뉴스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데, 정작 내 상황을 바꾸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금리가 내렸다는 소식이 곧바로 내 부담을 줄여주지 않는 이유는 기준금리가 내려도 집값이 바로 오르지 않는 이유에서 다루었다.
4단계 — 투자로 생각한다
여기서부터는 성격이 달라진다. 살 집을 구하는 것과 돈을 불리려고 부동산을 사는 것은 같은 자산을 다루지만 판단 기준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직접 사느냐 간접적으로 갖느냐다. 건물을 직접 사면 임대료를 다 갖지만 목돈이 필요하고 팔고 싶을 때 바로 못 판다.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건물을 사고 임대료를 나누는 방식도 있는데, 이쪽은 소액으로 되고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대신 다른 제약이 붙는다.
그 제약이 무엇인지가 이 방식의 성격을 정한다. 법이 번 돈의 대부분을 배당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돈을 안에 쌓아둘 수 없다. 직접 산 건물이라면 임대료를 모아 다음 건물을 살 수 있지만 이쪽은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자기 힘으로 커지지 못하고 밖에서 돈을 빌려와야 하는데, 빌린 돈이 많으니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크게 흔들린다. 배당을 보고 들어온 돈이라 예금 이자가 오르면 굳이 이쪽에 있을 이유도 줄어든다. 구조는 리츠는 왜 부동산을 직접 사는 것과 다를까에, 금리와의 관계는 리츠와 금리는 왜 반대로 움직일까에 정리해두었다.
단계마다 나를 지켜주는 것이 다르다

지금까지 순서대로 봤는데, 다시 보면 단계마다 나를 지켜주는 것이 다르다.
1단계에서는 법이 지켜준다. 다만 내가 요건을 갖췄을 때만이고, 그것도 하루 늦게 생긴다.
2단계에서는 규제가 한도를 정한다. 내가 얼마를 원하느냐가 아니라 규칙이 얼마를 허락하느냐로 정해진다.
3단계에서는 날짜가 정한다. 6월 1일에 누가 갖고 있었느냐 하나로 그해 재산세가 갈린다.
4단계에서는 아무도 안 지켜준다. 여기서는 판단이 전부 내 몫이다.
앞 단계일수록 남이 정해둔 규칙이 많다. 그리고 그 규칙은 내가 몰랐다고 봐주지 않는다. 전입신고를 하루 늦게 하면 그만큼 순위가 밀리고, 6월 1일을 하루 넘겨 팔면 그해 재산세는 내 몫이다. 반대로 4단계에는 지켜주는 규칙이 없는 대신 내가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시간을 쓰는 순서는 대개 이것과 반대다. 어디에 투자할지는 오래 고민하면서 계약서는 한 번 훑고 도장을 찍는다. 규칙이 촘촘한 자리일수록 그 규칙을 아는 것이 곧 돈이 된다.
이 블로그에서 다루지 않는 것
마지막으로 하나 밝혀둔다. 여기서는 집값 전망을 쓰지 않는다. 특정 지역이나 단지를 추천하지도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맞힐 수 없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맞힌다 해도 그것이 독자의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를 것 같다는 글을 읽고 산 사람은 그 판단이 왜 옳았는지 설명할 수 없고, 상황이 바뀌었을 때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대신 구조를 쓴다. 금리가 오르면 상환액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한도는 무엇으로 정해지는지, 보증금을 지키는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들은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그대로 쓸 수 있다.
정리
이번 글에서는 부동산을 다루는 순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남의 집에 살고, 내 집을 사고, 가지고 있고, 투자로 생각한다. 각 단계마다 알아야 할 것이 다르고, 나를 지켜주는 것도 다르다. 앞 단계일수록 남이 정해둔 규칙이 많고, 뒤로 갈수록 판단이 내 몫으로 넘어온다.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짚어보자. 그 단계의 글부터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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