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할증 기준금액은 보험에 들 때 계약자가 50만원·100만원·150만원·200만원 가운데 고르는 숫자다. 그리고 사고가 난 뒤 이 숫자가 쓰이는 것은 사고의 크기로 매기는 점수 쪽이고, 사고의 건수는 이 숫자와 상관없이 따로 센다.
차를 긁고 나서 「200만원 아래니까 보험으로 처리해도 할증은 없다」는 말을 듣는 일이 흔하다. 할증은 사고를 이유로 다음 보험료를 올려 매기는 것을 말한다. 저 말은 반만 맞다. 이번 글에서는 사고가 난 뒤 보험료를 매기는 셈에서 할증 기준금액이 어디에 쓰이고 어디에 안 쓰이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기준금액은 가입할 때 내가 고른 숫자다
먼저 사고 뒤에 보험료가 어떤 순서로 오르는지부터 보자. 금융위원회가 2024년 보도자료 안에 그 뼈대를 상자 하나로 정리해두었다.
□ (등급체계) 총 29등급으로 분류하여 각 등급별 할인·할증률 적용(최초 가입시 11등급)
* 등급이 낮을수록(1등급에 가까울수록) 보험료를 더 내고, 1등급 할증시 약 7.1% 보험료 인상
□ (등급평가) 사고내용에 따라 0.5점~4점을 부과하고, 1점당 1등급 할증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보도자료(2024.4.2), 「자동차보험 할인·할증등급 제도」 상자
풀어 쓰면 이렇다. 처음 보험에 들면 29개 등급 가운데 11등급에서 시작한다. 등급 숫자는 1에 가까울수록 보험료가 비싸다. 사고를 내면 그 내용에 따라 점수가 붙고, 1점이 붙을 때마다 한 등급씩 할증된다. 한 등급이면 보험료가 약 7.1% 오른다. 등급을 매기는 대상은 보험 계약 내용을 적은 서류인 보험증권에 이름이 적힌 운전자, 보도자료의 말로 기명피보험자다.
7.1%에는 「약」이 붙어 있다. 한 등급마다 보험료가 딱 그만큼 오른다는 계산식으로 읽지 않는 편이 맞다.
그러면 점수는 무엇으로 정할까. 남을 다치게 한 사고는 피해 정도에 따라 1점에서 4점까지 매기고, 물건이 부서진 사고는 금액으로 매긴다. 남의 물건을 부순 것을 갚는 대물배상이나, 내 차를 고치는 자기차량손해(흔히 자차라고 부르는 것)로 처리한 사고가 여기 든다. 그 금액의 선이 할증 기준금액이고, 같은 상자의 주석이 그 선을 누가 정하는지 적는다.
주1) 물적사고할증기준금액 : 보험가입시 계약자가 50, 100, 150, 200만원 중 선택한 금액
— 같은 상자
주석 그대로 계약자가 고른다. 보도자료의 점수 그림을 보면 물건이 부서진 사고는 이 선 이하면 0.5점, 넘으면 1점이다. 200만원을 고른 사람이 180만원짜리 수리를 보험으로 처리하면 0.5점이고, 50만원을 고른 사람이 같은 수리를 처리하면 1점이다. 같은 사고인데 가입할 때 고른 숫자 하나로 점수가 달라진다.
금융위원회가 선택지를 넷으로 나누기로 한 것은 2009년 11월이다. 그전에는 50만원 한 가지였는데,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점을 감안하여」 기준을 올리면서 넷으로 나눠 소비자가 고르게 했다. 높은 선을 고르는 데 값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때 금융위원회는 100만원 이상을 고르면 보험료를 약 0.9~1.2% 더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의 예상치이고, 지금 내 계약에서 얼마 차이가 나는지는 가입할 때의 견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0.5점은 그 한 건만으로는 등급을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쌓인다. 손해보험협회 소비자보호부가 상담 사례를 풀면서 이렇게 적었다.
만약 할증기준금액 이하인 물적사고가 발생한 경우 0.5점으로 보험료가 할증되지는 않지만, 1년간 사고가 누적되어 0.5점 물적사고가 2건이 되면 1점이 되어 1등급이 올라갑니다.
— 손해보험협회 『General Insurance』 2024년 2월호, 소비자 상담사례
협회 글의 「1등급이 올라간다」는 할증 쪽으로 한 등급 움직인다는 뜻이다. 기준금액 아래 사고도 1년에 두 번이면 한 등급 할증이다. 그런데 보험료를 움직이는 셈, 곧 계산 방식이 하나 더 있다.
사고 건수는 크기를 보지 않는다
같은 상담 사례가 곧바로 이어서 적는다.
한편 보험료 할증요소 중 '사고 건수'의 경우 사고 크기에 관계없이 자동차사고의 유무 및 건수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 또는 할증됩니다.
— 같은 자료
크기에 관계없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는 기준금액이 끼어들 곳이 없다. 이 셈은 직전 3년과 직전 1년에 사고가 몇 건이었는지를 본다. 협회가 2024년 2월에 적은 설명대로 옮기면 직전 1년 무사고이면서 직전 3년 사고가 1건 이하면 보험료가 약 3~11% 할인되고, 직전 1년에 사고가 1건 이상이거나 직전 3년에 3건 이상이면 약 7~60% 할증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2018년 자료에서 이 셈을 「직전 3년간 사고유무 및 사고건수에 따라 적용」한다고 따로 적어두었다.
그러니 200만원을 골라둔 사람이 150만원짜리 자차 수리를 보험으로 처리하면 두 셈을 따로 봐야 한다. 그 한 건만 놓고 보면 0.5점이라 점수로는 할증되지 않는다. 그런데 건수 쪽은 크기를 보지 않으므로 기준금액 아래라는 사실이 이 셈을 비켜가게 해주지는 않는다. 협회 상담 사례도 조건을 달아 같은 결론을 낸다.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을 200만원으로 선택했다면 자차보험금이 그 이하이므로 '사고 내용'으로 인한 할증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고 건수'로 인한 할증 요소가 있는 경우 물적사고 할증금액 이하 사고라 할지라도 할증되는 등급을 적용받습니다.
— 같은 자료
건수 쪽에서 할증 요소가 생기면 기준금액 아래 사고라도 할증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기준금액은 할증의 문턱이 아니라 점수의 문턱이다
「기준금액 아래면 할증이 없다」는 말이 반만 맞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고 뒤의 두 셈 가운데 기준금액이 쓰이는 것은 점수 쪽이고, 건수 쪽은 사고 크기를 보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기준금액 아래면 보험 처리에 대가가 없다」로 읽는 것이 이 제도에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라고 본다. 기준금액이 영향을 주는 것은 점수 쪽이고, 그쪽에서도 1년에 두 건이면 한 등급이다.
그렇다고 기준금액을 무의미하다고 볼 일도 아니다. 그 한 건만 놓고 보면 같은 수리비가 0.5점이 되느냐 1점이 되느냐는 곧 한 등급 차이이고, 그 선을 정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몇을 골랐는지 모르는 채로 「아래니까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내 계약의 할증 기준금액이 50·100·150·200만원 가운데 무엇인지부터 알아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작은 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할지 정할 때는 기준금액만 보지 말고, 처리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갱신 보험료, 곧 다음 해 계약을 이어갈 때 낼 보험료를 보험사에 물어본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에 내놓은 안내 서비스가 바로 그 비교였다.
안내서비스는 보험처리를 할 경우 보험료 인상수준(향후 3년간)과 보험처리를 하지 않을 때의 보험료 수준을 비교하여 제공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18.6.28), 「자동차 사고시, 보험료 인상분을 미리 체크해 보세요.」
수리비와, 그 안내가 보여주는 앞으로의 보험료 차이를 나란히 놓으면 판단이 쉬워진다. 기준금액만 보고 정하면 셈 하나를 빼놓고 정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자동차보험 할증 기준금액이 가입할 때 계약자가 고르는 숫자이고, 사고 뒤 그 숫자가 쓰이는 것은 크기로 매기는 점수 쪽이며, 사고 건수를 세는 셈은 크기에 관계없이 따로 돈다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출처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보도자료(2024.4.2) 「자동차보험 경력인정기준을 개선합니다」 — 금융위원회 · 보도자료 원문 사본(보험연구원)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18.6.28) 「자동차 사고시, 보험료 인상분을 미리 체크해 보세요.」 — 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 「자동차보험료 할증기준 개선」(2009.11) — 금융위원회 · 개선방안 사본(KDI 경제교육·정보센터)
- 손해보험협회 『General Insurance』 2024년 2월호 소비자 상담사례 — 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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