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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기초

채무조정과 개인회생, 어디로 갈지는 연체 일수와 소득이 정해놓고 있다

by 청담동어금니 2026.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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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못 갚게 됐을 때 쓸 수 있는 제도는 여럿인데, 그중 무엇이 열리는지는 내가 고르는 것이 아니다. 신용회복위원회로 가는 길은 며칠을 밀렸는지가 가르고, 법원으로 가는 길은 소득이 있는지가 가른다.

채무조정이라는 말은 빚을 없애준다는 뜻이 아니라 갚는 조건을 다시 짜는 것을 말한다. 이자를 깎거나, 갚는 기간을 늘리거나, 드물게 원금을 줄인다. 그런데 어느 쪽이 열리는지가 신청하는 사람의 딱한 사정이 아니라 미리 그어둔 선에 걸려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두 길이 서로 어떻게 걸리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연체를 해야 문이 열리고, 며칠인지가 칸을 정한다

먼저 뒤집어야 할 통념이 있다. 밀리기 전에 미리 정리하는 길은 좁다.

2024년 10월에 시행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줄여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빚진 사람에게 새 권리를 하나 줬다. 신용회복위원회 같은 기관을 거치지 않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에 직접 조건을 다시 짜자고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조문의 첫 줄이 이렇다.

개인금융채무자는 개인금융채권을 연체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채권금융회사등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 개인채무자보호법 제35조 제1항

「연체한 경우에는」이다. 아직 안 밀렸으면 이 요구를 할 수 없다. 뒤에 볼 신용회복위원회의 세 제도도 전부 연체 일수를 요건으로 달고 있다. 그러니 「힘들어지기 전에 미리 상담받아 정리해두자」는 이 네 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법원으로 가는 길은 다른 자를 쓰는데, 그건 뒤에서 본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56조가 「개인채무자의 채무조정 지원 등을 위하여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설립한다」고 정해 세운 법인이다. 아래 숫자는 위원회 안내와 신용회복지원협약을 2026년 9월에 읽은 값이다. 협약은 고쳐진다(가장 최근 개정이 2025년 9월 4일이다). 실제로 신청할 때는 위원회 쪽에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제도가 셋인데, 이름이 다른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문이 다르다.

  신속채무조정 사전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
연체 일수 1일 이상 30일 이하 31일 이상 89일 이하 90일 이상
연체이자 전액 감면 전액 감면 전액 감면
앞으로 붙을 이자 약정이자율의 30~50% 인하 약정이자율의 30~70% 인하 전액 감면
원금 안 깎는다 안 깎는다 깎는다

첫 칸의 아래쪽 끝은 협약이 「어느 하나의 연체일수가 1일 이상 30일 이하」로 적어둔 것이다. 사전채무조정은 프리워크아웃이라고도 부르는데, 위원회가 지금 쓰는 표제가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이다. 셋 다 총 채무가 15억원 이하여야 하고 그 안에서 무담보 5억원, 담보 10억원으로 나뉜다. 담보가 있는 빚은 집처럼 잡아둔 물건이 딸린 빚이고, 무담보는 그런 것 없이 신용만으로 빌린 빚이다. 그리고 셋 다 최근 6개월 안에 새로 생긴 빚의 원금이 전체 원금의 30%보다 적어야 한다. 조정을 받으려고 급히 더 빌리는 것을 막는 조건이다.

이 조건은 생각보다 걸리기 쉽다. 빚이 3,000만원인데 그중 1,000만원이 최근 여섯 달에 생긴 것이라면 33%다. 30%를 넘었으니 이 조건에 걸린다. 밀리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더 당겨 막게 되는데, 그 한 번이 조정으로 가는 문을 닫는다. 카드론이든 현금서비스든 마찬가지다. 급한 달을 넘기려고 한 일이 다음 달의 선택지를 지운다.

그리고 밀리기 시작하면 더 싼 곳으로 갈아타는 길도 같이 닫힌다.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갈아타기 대상을 정하면서 「연체 상태인 대출, 법적 분쟁 상태인 대출 및 저금리 정책금융상품 등은 갈아탈 수 없음」이라고 못박아두었고(2024년 1월 8일 보도자료), 갈아타기는 새 대출을 받는 일이라 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받는 것이어서 소득이나 신용에 흠이 생긴 뒤에는 그 심사부터 통과가 어렵다(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부담인 이유, 이자만이 아니다).

금리를 낮춰 버텨보는 길과 조정을 받는 길이 같은 문턱을 사이에 두고 갈린다. 앞쪽은 밀리기 전에만 열려 있고 뒤쪽은 밀린 뒤에야 열린다.

그래서 하루 차이로 무엇이 달라질까? 같은 빚을 세 칸에 넣어보면 보인다. 카드빚 300만원이 연 19%로 남아 있다고 하자. 계약할 때 정해둔 이 이자율을 약정이자율이라고 부른다.

그대로 두면 한 해에 붙는 이자가 57만원이다. 신속채무조정으로 가면 위원회가 정한 상한 때문에 신용카드 빚에는 아무리 높아도 연 10%를 넘길 수 없다. 한 해 이자가 30만원 이하로 내려간다. 사전채무조정은 상한이 더 낮아 연 8%이니 24만원 이하다. 개인워크아웃까지 가면 앞으로 붙을 이자가 아예 없어지고, 원금 300만원도 미상각채권이라면 최대 30%까지 깎여 210만원이 된다.

같은 카드빚 300만원인데 며칠을 밀렸는지에 따라 한 해 이자가 57만원에서 0원까지 갈린다. 원금이 깎이는 것은 90일을 넘긴 칸에서만이다.

여기서 인하율보다 상한이 먼저 걸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원회는 신속채무조정을 「약정이자율의 30~50% 인하」로 적어두었는데, 19%를 30%만 깎으면 13.3%라서 이미 상한 10%를 넘는다. 인하율이 얼마로 정해지든 신용카드 빚은 연 10% 이하로 들어온다. 사전채무조정도 마찬가지로 8%가 천장이다.

신속채무조정과 사전채무조정 안내에는 조정과 별개로 주는 것이 둘 적혀 있다. 하나는 신청한 다음 날부터 추심이 멈춘다는 것이다. 추심은 돈을 갚으라고 연락하고 압박하는 일을 말한다. 본인만이 아니라 보증인에게 가는 것도 멈춘다. 조정이 될지 안 될지가 정해지기 전에 멈춘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숨 쉴 틈이 생긴다. 다른 하나는 위원회가 「개인신용평가회사 등록 단기연체정보 해제」라고 적어둔 것이다. 평가회사에 올라가 있던 짧은 연체 기록이 해제된다는 뜻이다.

원금을 깎아주는 것은 마지막 칸뿐이다

표에서 눈여겨볼 줄은 맨 아랫줄이다. 원금을 깎는 것은 개인워크아웃 하나다. 여기서 원금은 갚기로 하고 실제로 받은 돈, 그러니까 이자를 뺀 부분을 말한다. 앞의 둘은 이미 붙은 연체이자를 지우고 앞으로 붙을 이자율을 낮춰줄 뿐, 빌린 돈 자체는 그대로 다 갚아야 한다.

그러면 개인워크아웃은 얼마나 깎아줄까. 위원회는 상각채권이면 20~70%, 그렇지 않으면 최대 30%라고 적어두었다. 상각채권은 금융회사가 회수를 포기하고 장부에서 이미 털어낸 빚을 말한다. 위원회 문서는 그렇지 않은 쪽을 미상각채권이라 부른다. 회사 입장에서 이미 없는 셈 친 돈이라 더 크게 깎아줄 수 있다. 갚는 기간은 무담보 빚이면 최장 8년이고,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인 사람은 최장 10년까지 늘려준다.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가 복지 기준으로 쓰려고 해마다 정하는 소득 수준이다.

여기서 90일이라는 선이 다시 나온다. 연체 기록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가르는 것도 90일이다. 90일을 안 넘기고 갚으면 그 뒤 3년, 넘기면 갚은 뒤 최장 5년 동안 신용평가에 반영된다. 그 계산은 연체는 갚은 날 사라지지 않는다에 공시로 정리해두었다. 같은 선이 기록의 길이도 정하고 제도의 칸도 정한다. 90일을 넘기면 기록은 길어지고 대신 원금을 깎는 문이 열린다. 좋은 쪽만 골라 넘을 수는 없다.

신청하면 신용점수가 어떻게 되는지는 확실한 말을 하기 어렵다. 위원회는 단기연체정보가 해제된다고 적어두었고,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는 개인회생·파산면책·신용회복지원처럼 공공기관이 올린 기록을 「채무변제 완료 즉시 미활용」한다고 밝힌다(신용평가기준, 2026년 9월에 읽었다). 다 갚고 나면 안 쓴다는 뜻이다.

그런데 갚는 동안 점수가 얼마나 깎이는지는 두 평가회사 공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흔히 「채무조정하면 점수가 몇 점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그 숫자의 출처를 나는 찾지 못했다.

법원은 다른 자를 쓴다 — 소득이 있느냐

법원으로 가는 길은 연체 일수를 보지 않는다. 그 가운데 개인회생을 본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가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을 이렇게 정의한다.

"개인채무자"라 함은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거나 그러한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자로서 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당시 다음 각목의 금액 이하의 채무를 부담하는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를 말한다. 가. (…) 담보된 개인회생채권은 15억원 나. 가목 외의 개인회생채권은 10억원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 제1호 (시행 2025년 6월 21일)

여기에는 연체 일수가 없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거나 그러한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자」이면서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일 것이다. 갚을 소득이 있어야 시작되는 제도라서다.

같은 조문 제4호가 그 계산을 적어두었는데, 「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부동산임대소득ㆍ사업소득ㆍ농업소득ㆍ임업소득, 그 밖에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종류의 소득」을 더한 뒤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빼고, 다시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생계비」를 뺀 나머지를 가용소득이라 부른다. 소득이 아예 없으면 이 계산은 첫 줄부터 0이다. 그리고 더하는 소득의 종류를 저렇게 넓게 적어둔 것을 보면, 월급 받는 사람만 뜻하는 말도 아니다.

「빚이 많으니까 개인회생」이 아니라 빚이 많은데 갚을 소득도 있을 때 가는 길이다.

한도를 옮겨 적을 때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위원회와 개인회생은 담보와 무담보의 크기가 서로 반대다. 위원회 쪽은 무담보 5억원에 담보 10억원인데, 개인회생은 무담보 10억원에 담보 15억원이다. 무담보 빚이 7억원인 사람은 위원회 문턱은 못 넘고 법원 문턱은 넘는다. 빚이 큰 쪽이 법원이다.

갚는 기간은 짧다. 같은 법 제611조 제5항은 「변제기간은 변제개시일부터 3년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 단서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정할 수 있게 한다. 원칙이 3년이고 5년은 예외다. 그 기간을 채우면 남은 빚은 면책된다. 면책은 갚을 의무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밀린 것이 없는데 빚이 여럿이라 버거운 것이라면 이 글의 제도는 아직 내 것이 아니다. 그때는 금리가 높은 것부터 갚는 것이 총이자를 가장 많이 줄인다. 같은 빚을 두 순서로 끝까지 돌린 계산이 빚 갚는 순서는 금액이 아니라 금리로 정한다에 있다. 카드 쓴 금액이 왜 소비 실적이 아니라 빚으로 읽히는지는 신용점수, 카드를 많이 쓰면 오를까에 공시로 정리해두었다.

나는 이 제도들을 미루다 칸이 바뀌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본다. 30일과 31일 사이, 89일과 90일 사이에서 갈 수 있는 곳이 바뀌는데, 그 하루는 미루려고 미룬 날이 아니라 대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흘려보낸 날이다. 어느 칸에 있는지만 알아도 그 하루가 줄어든다.

이번 글에서는 빚을 못 갚을 때 열리는 문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연체 일수로 세 칸을 나누고 원금은 마지막 칸에서만 깎아준다. 법원의 개인회생은 연체 일수 대신 갚을 소득이 있는지를 본다. 둘 다 내가 고르는 자가 아니다.

지금 밀린 빚이 있다면 며칠째인지부터 세어보자. 결제일 다음 날부터 오늘까지다. 그 숫자가 30인지 31인지 90인지가 갈 수 있는 곳을 이미 정해놓고 있다. 그다음은 신용회복위원회(ccrs.or.kr)에서 내가 선 자리의 조건을 직접 확인하면 된다.

밀린 날수가 갈 곳만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시계가 돌기 시작하면 대출을 옷기는 쪽 문은 닫힌다. 금융위가 온라인 갈아타기 대상에서 연체 상태인 대출을 빼두었기 때문이다. 받은 날과 밀린 날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는 대출 갈아타기도 채무조정도 날짜가 먼저 정한다에 정리해두었다.

출처: 신용회복위원회 신속채무조정 · 사전채무조정 · 개인워크아웃 · 신용회복지원협약 · 개인채무자보호법 제35조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 ·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56조 · 올크레딧 신용평가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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