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을 켜둔 채 카드를 계속 쓰면 잔액은 줄지도, 끝없이 늘지도 않고 어느 자리에서 멈춘다. 그 자리를 정하는 것은 카드사가 아니라 내가 한 달에 쓰는 금액과, 카드값 중 최소한 얼마를 낼지 미리 정해둔 약정결제비율이다. 그 비율이 10%라면 멈추는 자리는 월 사용액의 아홉 배다.
리볼빙은 이번 달 카드값 중 일부만 내고 나머지를 다음 달로 넘기는 약정이다. 넘어간 돈에는 2026년 7월 기준으로 연 16%대에서 18%대가 붙는다. 그런데 「이번 달에 얼마를 내는가」가 남아 있는 잔액이 아니라 잔액에 이번 달 카드값을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 한 줄이 잔액의 끝을 정한다. 이번 글에서는 리볼빙이 어떤 산식으로 돌아가는지, 그래서 잔액이 언제 줄고 언제 안 줄어드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카드값을 미루는 약정인데, 붙는 값은 은행의 두 배에서 네 배다
먼저 값부터 놓고 본다. 여신금융협회가 다달이 공시하는 2026년 7월 말 기준 숫자다. 여기 카드사는 은행에 딸리지 않고 카드업만 하는 회사 여덟 곳, 곧 전업카드사다.
| 2026년 7월 | 무엇을 잰 값인가 | |
|---|---|---|
| 현금서비스 | 16.43 ~ 18.59% | 그달 새로 나간 대출에 매긴 값 |
| 카드론 | 12.28 ~ 15.32% | 그달 새로 나간 대출에 매긴 값 |
| 결제성 리볼빙 | 16.11 ~ 18.40% | 월말에 남아 있는 이월 잔액에 매긴 값 |
| 은행 일반신용대출 | 4.87 ~ 5.66% | 5대 은행, 2026년 6월에 새로 나간 분 |
「결제성」은 물건을 사고 그 대금을 미루는 쪽이라는 뜻이다. 현금서비스로 뽑은 돈을 미루는 대출성 리볼빙은 따로 공시되고, 이 글이 다루는 것은 앞쪽이다.
셋째 열을 따로 적은 이유가 있다. 카드 셋 중 둘은 그달 새로 나간 돈에 매긴 값이고 리볼빙만 이미 넘어와 남아 있는 돈에 매긴 값이라, 네 줄을 세워놓고 순위를 매기면 안 된다. 대신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배수는 낼 수 있다. 재는 대상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보다 벌어진 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카드 쪽 셋은 5대 은행 일반신용대출의 두 배에서 네 배 사이다. 100만원을 한 달 지고 있으면 은행 쪽은 4천원 남짓이고 카드 쪽은 1만원에서 1만 5천원이다. 표의 위아래 끝을 그대로 열둘로 나눈 값이다.
리볼빙을 끄고 잔액을 정리하기로 했다면 그다음에 볼 것은 날짜다. 빚마다 받은 날과 밀린 날을 적어두면 할 수 있는 일과 닫힌 일이 먼저 갈린다. 두 날짜가 각각 무엇을 여닫는지는 대출 갈아타기도 채무조정도 날짜가 먼저 정한다에 정리해두었다.
출처는 카드대출·리볼빙 금리 한눈에 보기와 은행연합회 가계대출금리 비교공시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은 이름만 다른 대출이다. 현금서비스는 카드 한도 안에서 서류 없이 바로 뽑아 한두 달 안에 갚는 것이고, 카드론은 심사를 거쳐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갚는 것이다. 협회는 앞을 단기카드대출, 뒤를 장기카드대출로 부른다.
그러면 리볼빙은 이 둘 중 어디인가? 어디도 아니다. 앞의 둘은 갚을 기간을 정해놓고 빌리는 것인데, 리볼빙은 이미 쓴 카드값의 결제를 미루는 약정이고, 약관의 정의에 갚을 기간이 없다. 그래서 값이 아니라 산식을 봐야 한다.
갚는 돈은 「이월 잔액 더하기 새로 쓴 돈」의 일부다
리볼빙이 무엇인지는 카드 약관이 이렇게 적어둔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이란 회원이 카드이용대금 중 카드사와 회원이 미리 약정한 약정(최소)결제비율 이상을 결제하면 다음 달 결제월에 잔여결제금액과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수수료를 합산하여 납부하는 결제방식입니다.
— 신용카드 개인회원 약관 제31조 제1항 (BC카드 게시본, 조문 번호는 이 카드사 약관 기준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낱말이 「이상」이다. 약정결제비율은 낼 몫을 정한 값이 아니라 적어도 이만큼은 낸다는 하한이다. 더 내도 되고, 다 내도 된다. 다만 따로 손대지 않으면 청구서는 이 하한대로 나간다. 그 비율을 무엇에 곱하는지가 이 글의 핵심인데, 카드사들이 나눠주는 안내문에 산식이 그대로 있다.
(전월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이월 잔액 + 당월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신규이용금액) × 약정결제비율
—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안내문 (우리카드 교부본)
괄호 안을 보면 이번 달에 새로 쓴 돈이 지난달 이월 잔액에 합쳐진 뒤에 비율이 곱해진다. 이번 달에 30만원어치를 썼고 결제비율이 10%라면, 그 30만원 중 3만원만 이번 달에 나가고 27만원은 잔액에 얹힌다.
수수료가 붙는 자리는 따로 정해져 있다. 같은 안내문의 산식은 「전월 이월 잔액 × 수수료율 × 이용경과일수/365」다. 여기 수수료율은 한 해 기준 이율이고, 그래서 날수를 365로 나눈다. 이번 달에 새로 쓴 돈은 이 식에 없다. 넘어간 잔액에만, 넘어가 있던 날수만큼 붙는다. 국민카드는 같은 식을 「전월이월잔액 × 17% × (30/365)」로 예시한다.
약정결제비율은 얼마일까? 흔히 10%라고 하는데 법이 정한 수치가 아니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전문에 「최소결제비율」이라는 말이 한 번도 안 나온다. 10%는 여신금융협회 공시 용어해설과 카드사 약관에 있는 실무 기준이고, 지금은 「총 약정금액의 10%~30%(개인신용평점등에 따라 차등 적용)」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붙는다(KB국민카드 리볼빙 안내). 금융위원회가 2022년 8월에 낸 개선방안에는 그때 「대부분(약 90%)의 소비자에게 10%의 최소결제비율을 적용」하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신용카드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 개선방안). 같은 용어해설에 금액 하한도 있다. 비율로 계산한 금액이 그보다 작아도 「5만 원 이상」은 내게 되어 있다.
쓰기를 멈추면 열일곱 달, 계속 쓰면 270만원에서 멈춘다
산식을 그대로 숫자로 돌려보자. 리볼빙 잔액 100만원에서 시작하고, 수수료율은 공시 범위 안에서 17.4%, 약정결제비율은 10%, 최소 결제금액은 5만원으로 잡는다. 이월 잔액에 그달 새로 쓴 돈을 더해 하한인 10%만 결제하고, 수수료는 이월 잔액에만 붙여 따로 낸다. 더 낼 수 있는데 안 낸다고 놓은 것이다. 다만 수수료는 달마다 날수가 달라서 여기서는 한 해를 열두 달로 똑같이 나눠 계산했다. 실제 청구서는 그달 날수를 365로 나눈 값이라 조금씩 다르다.
카드를 더 안 쓰면 잔액이 6개월 뒤 53만원, 1년 뒤 23만원이 되고 열일곱 달째에 0원이 된다. 그동안 낸 수수료는 11만원이다.
그런데 「0원이 되는 날」을 만든 것은 결제비율이 아니라 5만원 하한이다. 잔액의 10%씩만 빠져나가면 잔액은 매달 9할로 줄어들 뿐 0에 닿지 않는다. 3년이 지나도 2만원이 남고 그 뒤로도 계속 남는다. 잔액이 50만원 밑으로 내려가 10%가 5만원에 못 미치는 순간부터 5만원씩 빠지기 시작하고, 그 하한이 마지막 열 달을 끊어 끝을 만든다. 끝나는 날이 계약서에 적혀 있지는 않지만, 끝을 만드는 조항 자체는 계약 안에 있다.
매달 30만원씩 계속 쓰면 6개월 뒤 180만원, 1년 뒤 222만원, 3년 뒤 266만원이다. 3년 수수료는 117만원이다. 잔액이 줄기는커녕 불어난 뒤 270만원 언저리에서 멈춘다.

왜 거기서 멈출까? 잔액이 더 안 움직이려면 이번 달에 나가는 결제금액이 이번 달에 새로 들어온 30만원과 같아야 한다. 그런데 결제금액은 잔액의 10%가 아니라 「잔액 더하기 새로 쓴 30만원」의 10%다. 그 값이 30만원이 되려면 괄호 안이 300만원이어야 하고, 거기서 새로 쓴 30만원을 빼면 남는 잔액이 270만원이다.
일반화하면 월 사용액에 「1에서 결제비율을 뺀 값을 결제비율로 나눈 수」를 곱한 값이다. 결제비율이 10%면 월 사용액의 9배이고, 20%인 사람은 4배라 120만원, 30%면 2.3배라 70만원이다. 내가 쓰는 돈과 내 결제비율이 잔액이 멈출 자리를 미리 정해놓고 있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쓰는 돈과 결제비율 둘이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12월에 소비자에게 주의를 알리는 소비자경보를 내면서 유의사항 여섯 개를 적었다. 그중 세 번째가 이것이다.
리볼빙은 고금리 대출성 계약임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 금융감독원 소비자경보 2023-24호(주의), 2023년 12월 12일
낱말 둘이 다 들어 있다. 고금리이고, 대출이다. 그런데 이 상품의 이름에는 그 둘이 다 없다. 같은 자료가 그 점을 문제로 짚었다. 「「최소결제」,「일부만결제」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금융소비자가 리볼빙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타 서비스와 오인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사례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붙는 값의 이름도 「이자」가 아니라 「수수료」다.
이름이 이러면 이번 달 한 번의 일로 읽힌다. 그런데 앞 절에서 본 산식은 이번 달에 한 번 돌고 마는 것이 아니라 매달 같은 방식으로 돈다. 한 달만 보면 「조금 미룬 것」이고, 앞 절의 조건대로 100만원에서 시작해 매달 30만원씩 쓰며 서른여섯 달을 이어 보면 수수료가 117만원이다. 같은 약정인데 보는 기간에 따라 다른 물건처럼 보인다.
그래서 리볼빙을 쓰지 말라는 말은 이미 켜둔 사람에게 별로 쓸모가 없다. 필요한 것은 잔액의 크기를 무엇이 정하는가이고, 앞 절의 산식이 그 답을 준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둘이다. 그달 새로 쓰는 돈과 약정결제비율이다. 쓰는 돈을 줄이면 멈추는 자리가 그만큼 내려가고, 결제비율을 10%에서 20%로 올리면 같은 소비에서도 멈추는 자리가 9배에서 4배로 내려간다.
다만 비율을 올리면 당장 이번 달에 나가는 돈이 그만큼 늘어난다. 애초에 비율을 낮게 잡은 이유가 그것이었다면 비율부터 올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둘 중 하나만 먼저 손대라면 나는 쓰는 돈 쪽을 고르겠다. 비율은 올리는 순간 이번 달 청구서가 커지는데, 쓰는 돈은 줄이는 만큼 이번 달 부담과 멈추는 자리가 같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 결제금액마저 못 내면 그때부터는 연체이고, 연체 기록이 갚은 뒤에도 얼마나 남는지는 연체는 갚은 날 사라지지 않는다에 적어두었다.
카드를 얼마나 썼는지가 신용평가에서 「소비 실적」이 아니라 「지금 지고 있는 빚」으로 읽힌다는 것은 신용점수, 카드를 많이 쓰면 오를까에 공시로 정리해두었다. 리볼빙 잔액도 그 빚에 들어간다. 그리고 카드에서 나온 빚은 금리가 5대 은행 신용대출의 두 배에서 네 배라, 빚 갚는 순서는 금액이 아니라 금리로 정한다의 규칙대로라면 갚을 줄의 맨 위에 선다.
이번 글에서는 리볼빙의 산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결제금액은 이월 잔액에 그달 새로 쓴 돈을 더한 뒤 약정결제비율을 곱해 정해지고, 수수료는 넘어간 잔액에만 날수만큼 붙는다. 그래서 쓰기를 멈추면 하한이 끝을 만들어 열일곱 달에 닫히고, 계속 쓰면 잔액이 월 사용액의 아홉 배 자리에서 멈춘다.
카드 앱에서 리볼빙이 켜져 있는지부터 보자. 켜져 있다면 그 옆에 적힌 약정결제비율과 내가 한 달에 긁는 금액, 그 둘이 내 잔액이 멈출 자리를 이미 정해두고 있다.
출처: 여신금융협회 카드대출·리볼빙 금리 공시 · 은행연합회 가계대출금리 비교공시 ·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 신용카드 개인회원 약관 ·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안내문 · KB국민카드 리볼빙 안내 · 금융위원회 리볼빙 개선방안(2022.8.24) · 금융감독원 소비자경보 202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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