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이 주는 돈은 내가 실제로 낸 병원비를 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정해진 몫을 뗀다.
병원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쳐주는 진료를 급여, 안 쳐주는 진료를 비급여라고 한다. 그리고 비급여는 나라가 걸어둔 상한에 안 걸린다. 그러면 그쪽은 실손의료보험이 메우는가. 이번 글에서는 실손보험이 실제로 얼마를 주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실손은 내가 낸 병원비보다 많이 줄 수 없다
이건 회사가 인색해서가 아니라 실손보험이 손해보험이기 때문이다. 법이 손해보험을 이렇게 정해두었다.
손해보험계약의 보험자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 상법 제665조
여기서 보험자는 보험회사, 피보험자는 보험에 든 사람이다. 그러니 손해를 보상한다는 말이지 정해진 금액을 준다는 말이 아니다. 손해가 없으면 줄 것도 없다.
대법원이 실손보험을 놓고 그대로 판단한 사건이 있다. 병원비를 낸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을 돌려받은 사람이, 그 돌려받은 몫까지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느냐를 다툰 것이다. 건강보험이 쳐주는 진료에 대해 한 해 동안 낸 돈이 정해진 금액을 넘으면 초과분을 공단이 돌려주는 제도가 있고, 이것을 본인부담상한제라고 부른다. 그 기준선이 사람마다 어떻게 갈리는지는 병원비에는 이미 상한이 걸려 있다에서 다뤘다.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서(상법 제665조) (…) 이 사건 특약에 관한 약관 내용은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3913
「최종적으로」다. 창구에서 낸 금액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돌려받고 남은 금액이다.
같은 판결에 한 줄이 더 있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본인부담금 상한제로 사후환급이 가능한 금액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표준약관이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약에 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 같은 판결
표준약관은 회사들이 공통으로 따르는 약관 서식이다. 거기에 면책 문구가 들어간 것은 나중 일인데, 그 전에 든 계약의 결론도 같았다는 뜻이다. 약관에 적혀 있어서 못 받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같은 이유로 실손을 두 개 들어도 두 배로 받지 못한다. 손해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법 제672조 제1항이 그런 경우 보험사들이 각자의 몫만큼 나눠 내도록 정해두었다.
그 안에서 다시 뗀다, 비율은 두 번 갈린다
2026년 5월에 나온 실손보험이 내가 무는 몫을 이렇게 잡았다. 흔히 5세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래 비율은 진료비 전체가 아니라 내가 창구에서 낸 돈을 기준으로 한다.
| 무엇 | 입원 | 통원 |
|---|---|---|
| 급여 | 20% | 건강보험 본인부담률·20%·1~2만원 중 가장 큰 금액 |
| 중증 비급여 | 30% | 30%와 3만원 중 큰 금액 |
| 비중증 비급여 | 50% | 50%와 5만원 중 큰 금액 |
출처: 금융위원회, 5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2026-05-06)
비급여가 둘로 갈린 것이 이번에 바뀐 점이다. 같은 자료가 「비급여는 '중증 비급여(특약1)'와 '비중증 비급여(특약2)'로 구분하고」라고 적었다. 4세대에는 그 구분이 없었고 비급여가 한 덩어리로 30%였다.
그러면 중증과 비중증은 무엇으로 가를까?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 질환
— 같은 자료
산정특례는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창구에서 내는 비율을 낮춰주는 제도다. 암으로 진단받고 등록하면 급여 진료비의 5%만 낸다. 등록일부터 5년 동안이다. 그런데 같은 제도가 실손에서는 다른 일을 한다. 창구에서는 급여 진료비에서 내가 내는 비율을 낮춰주고, 실손에서는 비급여에서 내가 돌려받는 비율을 높여준다. 붙는 곳이 서로 다르다.

그래서 비율이 두 번 갈린다. 먼저 급여냐 비급여냐로 갈리고, 비급여라면 그 안에서 병이 무엇이냐로 다시 갈린다. 뒤의 갈림이 이번에 새로 생긴 것이다. 같은 100만원짜리 비급여 진료라도 암이면 30만원을 내가 물고, 산정특례 대상이 아닌 질환이면 50만원을 문다. 비급여가 암 환자 몫의 3분의 2 가까이라는 것은 암 치료비, 내 몫의 3분의 2는 상한 밖이다에서 셈해두었다.
다만 한쪽에는 멈추는 지점이 있다
깎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5세대에 반대 방향으로 도는 장치가 하나 들어갔다.
상급종합·종합병원 입원시 연간 자기부담 상한을 신설하여 연간 자기부담금이 500만원을 초과하는 중증 치료비는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실손 보험에서 보장함
— 같은 자료
한 해에 내가 무는 몫이 500만원에 닿으면 그 위로는 안 뗀다는 뜻이다.
다만 붙는 조건을 하나씩 봐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일 것, 입원일 것, 중증일 것. 동네 병원에서 받은 진료나 통원은 여기 안 들어간다. 그리고 인용문이 「중증 치료비」라고 못박았으니 산정특례 대상이 아닌 질환에는 이 상한이 없다. 비중증 비급여에는 그 멈추는 지점이 없다. 이 상한 자체도 5세대에 새로 생긴 것이라 그 이전 세대에는 없다.
실손이 주는 돈은 이렇게 정해진다. 내가 실제로 낸 병원비에서 출발해, 급여냐 비급여냐로 한 번 떼고, 비급여라면 병이 무엇이냐로 다시 떼고, 급여 쪽에서는 공단이 돌려줄 수 있는 몫을 한 번 더 뺀다. 어느 단계에서도 낸 돈보다 커지지 않는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보험료 자체에도 처음부터 보험금이 아닌 몫이 섞여 있다. 그 구조는 보험료에는 보험금이 아닌 몫이 있다에 적어두었다.
실손을 「병원비를 없애주는 것」으로 읽으면 셈이 안 선다. 「내가 낸 병원비의 얼마를 돌려주는 것」으로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물을 것도 달라진다 — 얼마를 보장해주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에서 몇 퍼센트를 떼느냐다.
이번 글에서는 실손보험이 실제로 얼마를 주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낸 병원비가 위쪽 끝이고, 거기서 두 번 갈린 비율만큼 뗀다.
가입해둔 실손이 있다면 가입내역에서 비급여 보장이 몇 줄인지, 그 줄에 몇 퍼센트가 적혀 있는지 찾아보자. 중증과 비중증으로 두 줄이면 2026년 5월 이후에 든 것이다. 그 경우 산정특례 대상이 아닌 병에서는 절반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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