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를 하면 평단가는 내려간다. 그런데 손실 금액은 1원도 줄지 않는다.
평단가는 내가 산 주식 한 주당 평균 가격이다. 이 숫자가 내려가면 손실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계좌에 찍힌 마이너스 퍼센트도 작아진다. 그래서 물을 타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이번 글에서는 그때 실제로 무엇이 줄고 무엇이 늘어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숫자로 확인한다
한 주에 10,000원짜리를 100주 샀다고 하자. 들어간 돈은 100만원이다.
주가가 5,000원으로 내려갔다. 지금 이 주식의 값어치는 50만원이고, 손실은 50만원이다. 손실률로는 50%다.
여기서 5,000원에 100주를 더 산다. 50만원이 더 들어간다.
이제 계좌는 이렇게 된다. 들어간 돈은 150만원, 가진 주식은 200주, 평단가는 7,500원이다. 평단가가 10,000원에서 7,500원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지금 이 주식의 값어치를 다시 세어보자. 5,000원짜리 200주니까 100만원이다. 들어간 돈 150만원에서 100만원을 빼면 손실은 여전히 50만원이다.

줄어든 것과 늘어난 것
물타기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줄어든 것이 손실 금액은 아니다.
줄어든 것은 둘이다. 손실률이 50%에서 33%로 내려갔다. 그리고 본전까지 필요한 상승률이 달라졌다. 물을 타기 전에는 5,000원이 10,000원이 되어야 했으니 두 배, 즉 100% 올라야 했다. 물을 탄 뒤에는 7,500원까지만 가면 되니 50%다.
늘어난 것도 있다. 이 종목에 걸린 돈이 100만원에서 150만원이 되었다. 같은 주식이 다시 반토막 나면 이번에는 75만원을 잃는다.
정리하면 물타기는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을 낮추는 대신 걸린 돈을 키우는 거래다. 손실을 줄이는 행동이 아니라 판돈을 키우는 행동에 가깝다.
불타기는 반대인가
오를 때 더 사는 것을 불타기라고 부른다. 물타기와 반대말처럼 쓰이는데, 방금 본 셈법으로 보면 반대가 아닌 부분이 있다.
물타기는 평단가를 내리고, 불타기는 평단가를 올린다. 여기까지는 반대다. 그런데 둘 다 그 종목에 걸린 돈을 키운다. 100만원이 걸려 있던 자리에 50만원을 더 넣는 동작은 값이 내렸든 올랐든 같다.
평단가는 방향이 갈리는 숫자이고, 걸린 돈은 어느 쪽이든 늘어나는 숫자다. 계좌를 볼 때 앞의 숫자만 보면 뒤의 숫자가 얼마나 커졌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보고 물을 탔나
나는 물타기를 해본 적이 있다. 종목에 확신이 있을 때였다.
그 확신의 근거는 가격이 아니라 회사였다. 재무제표를 보고, 회사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값어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지를 봤다. 그리고 왜 낮은지를 봤다. 회사에 나쁜 일이 생겨서 낮아진 것과,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거래가 적어서 낮아진 것은 다르다. 뒤쪽이라고 판단했을 때 물을 탔다.
반대로 재무제표를 보고 상황이 나빠졌다고 판단하면 팔았다.
그러니까 나에게 물타기와 손절은 반대 행동이 아니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이었다. 그 질문은 "얼마나 떨어졌나"가 아니라 "회사가 변했나"다.
값이 싼 이유를 회사에서 찾는 방식이다. 반대로 남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신호로 삼는 방식도 있다. 그쪽은 공포에 사라 환희에 팔아라, 무슨 뜻이고 언제 틀리는가에 정리해두었다.
재무제표에서 무엇을 보는지는 PER, PBR, ROE 뜻과 보는 법과 좋은 주식 고르는 법에 정리해두었다. 회사가 당장 빚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는 지표는 유동비율이란?에 있다.
살 때 기회였던 거래량이 팔 때는 반대로 작용한다
내가 쓴 기준에 구멍이 하나 있다. 거래가 적어서 싸다고 판단한 종목을 모으는 방식인데, 그 얕은 거래량은 팔 때 반대로 작용한다.
살 때는 거래가 적은 것이 기회로 보인다. 남들이 안 보는 사이에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팔 때는 사줄 사람도 그만큼 적다. 원하는 값에 원하는 물량을 넘기지 못할 수 있고, 급하게 팔면 값이 크게 밀린다.
우선주에서 이 성질을 따로 정리한 적이 있다. 값이 싼 이유가 대체로 유동성이고, 평소에는 문제가 안 되다가 팔아야 할 때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에 적어두었다.
그래서 이 기준을 쓸 때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 팔 시점을 정해두지 않은 돈으로만 해야 한다. 언제까지 써야 하는 돈이라면 관심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마무리
이번 글에서는 물타기를 할 때 실제로 무엇이 줄고 무엇이 늘어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평단가가 내려간 것을 손실이 줄어든 것으로 읽으면 어긋난다. 줄어든 것은 본전까지 필요한 상승률이고, 늘어난 것은 이 종목에 걸린 돈이다. 평단가를 확인하기 전에 들어간 돈이 얼마가 되었는지부터 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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